선수들 위해 버스 운전 이런 야구감독 본 적 있나요
선수들 위해 버스 운전 이런 야구감독 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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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넘은 나이에 무엇을 바라겠나? 그저 좋은 후배 한 명이라도 더 가르치는 것이 나 같은 노장이 해야 할 일 아니겠나?"
지난해 12월 26일, 필자와 연락이 닿은 구미대 야구부 박영진(66) 감독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모교 대구상원고에서 코치와 감독으로 16년을 재직한 이후 일선에서 물러나 야인 생활을 하고 있던 도중 무려 7년 만에 대학 감독직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지난해 겨울이었다. 박 감독은 거듭 고사의 뜻을 밝혔으나, 학교 측을 비롯해 학부모들의 삼고초려에 마음을 바꾸었다. 결국 박 감독은 적지 않은 나이에 현장 복귀를 결심했다. 복귀 조건은 단 하나였다.
학교 측에 다른 것을 바란 것은 아니다. 나는 보수를 받지 않고 선수들에게 재능기부를 해도 좋으니, 선수들에게 많은 혜택이 주어졌으면 하는 것이었다. 특히, 대학 창단 등으로 많은 팀이 생겨나는 과정 속에서 재능이 좋은 선수들이 지방으로 내려오기 쉽지 않은 상황 아닌가.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돈 걱정 없이 야구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러한 박 감독의 생각은 현실이 됐다. 구미대는 선수들이 입학할 때 다양한 장학 제도를 적용시켜 등록금을 최대한 면제시켰다. 그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국가 장학 제도까지 이용해 대부분 학생들이 돈 걱정 없이 야구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힘을 보탰다. 구미시(시장 김장호)에서 무려 3면으로 된 전용 야구장을 건립한 것이다. 인프라가 잘 구성된 만큼, 남은 것은 선수들이 지방학교에 대한 편견 없이 마음 편하게 원서를 접수하면 그만이었다.
박 감독은 더 대단한 결심을 했다. 학교 버스 운전사를 자처한 것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학부모들은 박 감독을 말렸다. 그러나 박 감독은 리더가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아야 선수들이 잘 따라온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이였다. 그래서 구미에서는 버스 운전을 하는 야구 감독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다.
이렇게 1년간 구미에서 감독직을 역임한 박 감독은 U리그에서 5승 1무 11패를 기록했다.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길 수 있지만, 엔트리가 18명밖에 안 되는 학교에서 5승을 거두기 위해 노력했던 열정까지 가볍게 볼 수 없다. 특히, 1학년 멤버로 팀의 5승 중 무려 4승을 책임진 투수 안성민은 내년을 더 기대해 볼 수 있는 인재이기도 하다.
다만, 이러한 성과 속에서도 지방 대학교라는 한계점을 극복하는 것은 상당히 쉽지 않았다. 특히, 2학년 선수 6명이 모두 4년제 과정 진학이 아닌, 2년제 학위 과정에 대한 졸업을 선택하면서 엔트리도 12명으로 크게 줄었다. 나머지 엔트리는 신입생 선발로 진행해야 하는데, 대학 입시 원서를 제출했던 선수들이 수도권 대학 추가 합격 등으로 이탈하면서 선수단을 다시 정비해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 그래서 박 감독은 더욱 아쉬운 마음이 크다.
"지방대라고 해서 너무 편견을 가지지 않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돈 걱정 없이 야구만 할 수 있도록 학교 측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나 역시 노년에 한가로이 쉴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에 야구를 한 번 포기했던 친구들 중 아직 미련이 남은 청춘들이 이왕이면 여기(구미대)로 와서 같이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다행히 올해 진행된 드래프트에서는 프로 구단들이 대학 이름값이 아닌 선수들의 역량을 보고 지명하는 경향을 많이 보였다. 그렇기에 전통적인 야구 명문이 아니더라도 본인의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한다면, 얼마든지 도전을 해 볼 만 한 가치가 생긴 것이다. 박 감독 역시 이러한 점에 많은 기대를 품고 있다.
구미대학교는 상당히 차별화된 학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2년제이지만, 본인이 원하면 4년제 학과로 편입해 야구를 계속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졸업 이후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야구를 했던 선배들이 대표이사로 재직중인 회사로 취업할 수도, 독립리그 구단에 입단할 수도 있는 셈이다. 박 감독이 바라는 것도 아들뻘되는 선수들이 좋은 야구인이자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일뿐이다.
"여기 있는 선수들이 모두 내 아들 아니겠노! 아들들이 잘 돼야 아비가 기쁜 법이지. 내도 아비의 마음으로 여기 선수들 잘 되도록 최선을 다 할 테니, 많이들 좀 지원했으면 좋겠다.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대학에 진학 후 설 자리가 없어 포기한 선수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싶다. 혹은 대학에 진학해서 1학년 때부터 설 자리가 없어서 야구를 포기했거나, 고교 3학년 때 대학 진학을 포기한 선수들에게도 다시 기회를 주고 싶다."
구미대 박영진 감독은 여전히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돈 걱정 없이 아버지의 마음으로 야구를 가르칠 '아들 같은 선수'들을 말이다. 접수는 올해 U-리그가 시작될 때까지 수시로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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